론드리프로젝트에서 만난 사람들 #3, 해방촌 젊은 건축가 3인방 ETAA

Mr.Lau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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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로드뷰


론드리프로젝트 자리는 남산기원이었다.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 시작부터 가장 꾸준하게 자주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공사를 시작할 때부터)

한창 목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어떤 젊은 청년이 찾아와 명함을 주고 인사를 건넸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많은 업체들이 제품 및 서비스 상품 홍보를 위해 공사현장에 불쑥 방문하여 명함과 홍보 전단지를 주고 떠난다. 

CCTV, 정수기, 인터넷, 세스코 등등)

나는 그들 중 하나라 생각하여 가벼운 인사만 나눴는데 

그가 말하길 론드리프로젝트 건너편 영수 사우나 2층에 건축사무소를 오픈한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은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하고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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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명함에는 불어로 쓰인 뭔가가 쓰여 있었다.

국내 건축계가 워낙 좁기에 건너서 알 수 있는 관계일 수도 있어 더 얘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우선 내 공사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에 말을 아꼈다.

론드리프로젝트 목공사 초기


그때 당시 나는 또 건축주이자 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내딛는 상황이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들의 디테일을 해결하느라 많은 고민이 많고 집중력이 필요로 하는 시기였다.

다음날도 그 젊은 건축가는 현장에 찾아와 어제보다는 더 가까워진 말투로 얘기를 건넸다.

"총예산이 어떻게 되나요? 지금까지 얼마나 비용을 썼나요? "등등 선뜻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 

그냥 대충 말하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현덕 씨가 잘 몰라서 바가지를 쓴 것 같으니 앞으로 모르는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꼭 자신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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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난 뒤 점심시간이 지날 무렵이었을까

그 젊은 건축가는 건축사무소를 같이 창업한 동료들을 이끌고 현장에 방문했다.

같이 찾아온 동료들의 명함도 받고 인사를 나눴다.

(좌부터 이재호, 김재경, 이정우 소장, feat.트립아이 박재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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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라인은 이렇게 보이면 안 이쁜데. 음. 아쉽다. 이건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음. 현덕 씨 궁금하면 나한테 물어보라니깐 아이 참. 건축은 건축을 한 사람이 더 잘 알지요. 건축가에게 이런 건 물어보세요."라고 얘기하자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의 과거를 밝히게 되었다.

"사실.. 저도 건축 전공했어요. 그래서 예산을 아끼고자 혼자 공사하고 있어요. 하하.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렇구나. 그러니까 혼자 이렇게 시공했구나. 어디 학교 건축과 나온 거예요?" 

 "00 학교 건축과 나왔습니다."

"오 그렇군. 예전에 있던 사무실 소장님이 그 학교 나오셨었는데 같은 건축전공인지 몰랐네.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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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그 계기를 통해 더 이상 ETAA 건축사무소 사람들은 한동안 내게 영업(?) 하지 않았다. 

2015년 해방촌에서 창업한 가게와 사무소들 대표가 다 비슷한 또래가 많아 자주 모이게 되었다.

(아침 점심 저녁 언제든 찾는 ETAA건축사사무소 젊은건축가 셋(좌부터 김재경, 이정우, 이재호 소장, feat. 트립아이 박재현 대표)


론드리프로젝트는 오픈 초기라 한가로운 분위기였고,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청년건축가 셋이 이끄는 건축사무소 ETAA 또한 오픈 초기 일이 많지 않아 여유로웠다.

사업 초기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점심 후 시작한 커피토크타임(주제는 건축, 사랑, 미래, 유학 등)을 꽤 오래 보내고 사무실로 돌아가곤 했다.

젊은 건축가 셋은 건축과를 졸업하고 한 명은 프랑스 유학을 다녀오고, 

다른 두 명은 국내 여러 유명한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오래 수련했다.


이타건축 - 이타적인 생각, 그리고 불어로 좋은 의미가 담긴 네이밍

빨래방카페인 '론드리 프로젝트'와 ETAA건축사사무소의 공통점은 'WASH'였다.

옷을 세탁 또는 몸을 씻다 둘 다 쓰일 수 있는 'WASH'

오프닝 파티의 하나로 '론드리프로젝트'와 'ETAA건축사사무소'가 'WASH'라는 주제로 

목욕탕이 동네 커뮤니티의 중심이었던 것처럼 30평이 넘는 널찍한 공간을 보유하고 있는 ETAA건축 사무소는 전시, 동네 커뮤니티 파티, 행사 장소로서 흔쾌히 내어주고 있다.

의미를 풀어내자면 영수 사우나 남탕이었던 자리(여탕은 아직 절찬리에 운영되고 있음)에 

공간을 새롭게 태어나게 할 디자인 사무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해방촌 설치미술집단 House of Collections 전시공간으로 쓰였던 ETAA건축사사무소의 공간들, photo- 영현대매거진


해방촌에 함께 자리 잡은 지 3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

굉장히 서로가 의지하고 있는 점을 느끼며 이웃사촌의 연대감이 엄청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해방촌 론드리프로젝트 앞에 ETAA건축사사무소가 없는걸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좋은 일을 함께 축하하고, 안 좋은 일을 함께 견뎌내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서로 도와주는 시간을 통해 어느새 가장 긴밀한 관계로 되어가고 있음을 많이 느낀다.

(물론 짓궂은 장난에 서로 할퀴고 놀리고 하는 면들도 많지만...) 


AURI(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발간한 건축도시스타트업에 론드리프로젝트와 ETAA건축사사무소가 함께 소개되기도 했다. 

'도시재생'이 화두인 현재 대한민국에서 해방촌 이웃사촌의 인연으로 만난 론드리프로젝트와 ETAA건축사사무소가 

탈바꿈이 필요한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WASH'의 공통 철학을 가지고 새로운 공간을 태어나게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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