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워터이슈, BWISSUE 2015년 8월

Mr.Laundry


Laundromat

한국에서는 약간 생소한 단어일지 모른다. 다른 말로 Coin Laundry로도 불리는 론드로맷은 간단히 '빨래방'이다. 국내 정서에는 약간 어색할 수도 있는 론드로맷은 빨래방과 어떤 차이일까? 아마 커뮤니티 기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프랑스 교환학생시절 건축을 공부하고 있던 이현덕 대표는 세탁기가 없는 쉐어 하우스에서 빨래를 하기 위해 집 앞 론드로맷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유학 후 건축가로써 첫 발을 내딛었던 회사의 업무는 정부 보조금을 통해 지역 사회를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일이었다고 한다. 취지는 좋았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 것은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지게 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첫 변화는 항상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던 미용실, 세탁소, 쌀집 등과 같은 곳이였다고 한다.


지역 사회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가장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던 소상공인들이 사라져야만 했던 것이다.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프로젝트마다 그러한 희생을 당연히 담보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에게 있어서 지역 사회가 새롭게 탈바꿈되기 위해 꼭 이들이 희생되어야 하는걸까라는 물음은 새로운 과제였다.

결국 이러한 희생이 마침표를 찍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느 지역 사회건 자본이 유입될 때, 그러한 변화를 견딜 수 있는 각자의 자생력이 가장 핵심적인 키였다. 브랜딩 그리고 다양한 수익 모델을 통해 새로운 변화에 어울리는 비지니스 모델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자본이 밀고 들어오는 변화에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계기로 이현덕 대표는 새로운 도시 계획과 그에 따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통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 시작이 'Laundry Project'였다.

론드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장소'문제였다. 국내 정서상 동전을 이용하여 빨래를 하는 론드로맷 문화가 낯선 곳에서 처음 이 비지니스 모델을 시작한다면 어디가 되어야 할까?라고 생각하던 중 우연찮게도 해방촌에 사는 친구가 외국인들과 쉐어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빨래방에 자주 가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과 해방촌에는 확실히 빨래방이 많다. 다만 그 문화가 전통적인 세탁소와 같은 모습의 빨래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이현덕 대표는 해방촌의 한 오르막길을 선택했고, 빨래방이라고는 생각되기 어려울 만큼의 미니멀한 화이트톤의 론드로맷 카페를 오픈했다.

빨래방이라는 비지니스와 카페를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 이현덕 대표가 세심하게 신경쓴 것 가운데 하나가 커피다. 건축가로 일하면서 들고 살았던 원두 커피 덕분에 맛이 없는 커피를 가지고 이 비지니스 모델을 지속 가능하게 이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론드로맷 카페를 생각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무게를 두었던 것은 '지역 커뮤니티'기능이였기에 '커피'는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였다. 물론 이현덕 대표는 자신이 커피 전문가는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가 카페를 오픈하기 위해 10곳 이상의 커피 로스터들의 커피들을 컨택하여 고를 정도로 커피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주문한 아메리카노는 좋은 균형감을 가진 커피였다. 적당히 묵직한 바디와 밀크 초콜릿 뉘앙스는 기본기가 탄탄한 준수한 아메리카노였다. 만족스러웠다. 어쩌면 이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아메리카노' 한 잔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카페'에 포함된 커피라는 핵심적인 가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오너가 아니라면 제3의 물결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시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어가는 전통적인 비지니스 모델의 오너처럼 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지 않을까.

카페로 접근한 공간에 빨래방이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드는 론드리 프로젝트는 이렇듯 최신 트렌드와 기본의 충실함을 가지고 시작된 브랜드다. 처음에 빨래방에 카페를 하겠다고 찾아간 코인 세탁기 업체에서 이현덕 대표를 의아하게 보던 눈빛이 생각이 난다며 이 대표는 웃음을 지었다. 공간이 완성된 이후에는 그 눈빛이 달라졌다며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 대표의 모습은 자본이 밀고 들어오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그가 가진 자생력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건축가로써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의 의지가 그 시작이었고, 구체화하는 단계에서는 결국 그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아닐까 한다. 이현덕 대표 역시 아직 진행중인 자신의 비지니스 모델이 더욱 선명해지기 위해서는 론드리 프로젝트가 단지 하나의 안테나숍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론드로맷 문화가 익숙한 다양한 지역에서 4-5개의 론드리 프로젝트를 더 진행하고 싶다는 이현덕 대표는 론드로맷 문화가 없는 지역에서는 다른 형태의 멀티 카페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꿈이 자본을 만나 꺾이는 날개가 아닌 더 큰 날갯짓으로 론드리 프로젝트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즐거운 카페를 계속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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